ⓒ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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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카페 공화국에 살고 있다. 커피 맛에 집중하는 작은 로스터리부터 웅장한 규모를 앞세운 대형카페까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한 카페가 하나씩은 있을 정도이니, 카페 공화국이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는다. 수없이 많은 카페만큼이나 그곳을 방문하는 이유도 수십 수백 개다. 진하고 깊게 내려진 커피를 찾아서 떠나거나, 잘 꾸며진 공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러 간다거나, 또 가족들과의 나들이 장소가 될 수도 있다. 공간을 방문하는 이유가 다양해지면서 고요와 평온을 즐기기 위해 찾아 대형 카페를 방문한 사람들은 외려 북적이는 인파로 편안함보다 사람에 치여 지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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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 우리말로 '새로운 울타리'라는 뜻을 지닌 카페, 새라울이 겨울의 시작 즈음 연희동에 문을 열었다. '저택 안에서 온전히 취하는 휴식' 에 포커스를 맞춰 설계된 이곳은 세월의 흔적이 깃든 콘크리트 벽과 마감재 등 공간의 이야기가 담긴 요소들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숨을 불어넣어, 감각을 이완시키는 휴식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평온함 그리고 아늑함을 지향하는 새라울은 탁 트인 공간에 나란히 줄지어진 테이블 배치가 일반적인 카페와는 달리 계단과 복도, 이를 따라 이어지는 작은 방들로 구획되어 있다. 공간 내 적정한 인구 밀도를 통해 카페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오래 머물러 있어도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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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라울의 안온하고 따뜻한 무드를 만드는 데에는 연희동이라는 조용한 동네의 분위기와 외부 정원·중정을 비롯한 식물들의 배치가 한 몫한다. 1층의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푸르른 대나무가 반겨주는 중정이 싱그러운 인사를 건넨다. 기존의 차가웠던 콘크리트 구조물은 중정을 관통하며 내리쬐는 햇볕과 바람, 대나무로 치장해 따스함을 한껏 머금은 채 공간을 감싼다. 지하층에 위치한 중앙 수공간은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물이 퍼지며 빛의 잔상을 만들며 주위로 퍼져나간다. 정적인 공간 속 물이 만들어내는 작은 동적임은 평소 마주치는 자연의 모습이 아닌 또 다른 물과 안개의 언어를 사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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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라울의 또 하나의 진면목은 공간 별로 다른 장면 연출이다. 1층 카운터 바 옆으로 자리한 거실을 테마로 한 메인공간에서는 커다란 소파와 화려한 샹들리에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끌고, 한쪽 벽면에는 커튼처럼 장식된 순백의 자개 오브제가 하나의 아트 월을 형성한다. 화려한 소재들을 사용했지만, 높은 층고와 정면으로 트인 정원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중화되면서 새라울 특유의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벽을 장식하는 자개는 빛, 바람 등 자연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며 반짝임과 청아한 소리로 공간의 여백을 메우고, 차분한 정서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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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은 지하의 중정부터 푸르른 대나무, 1층의 거실을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연출됐다. 1층과 지하에서 느꼈던 미시적 장면들을 통합해 한층 거시적인 시야로 바라보며 또 다른 시각에서 새롭게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중간중간 위치한 각 방마다 테라스가 존재하고 그 안에 작은 정원들이 마련되어 있어 어디서든 조용하고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건축주는 새라울을 찾아주는 사람들이 오래도록 편안하게 머무르며, 마음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소망했다. '새라울'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대저택을 닮은 새로운 울타리 안에서 편안히 머물며 지친 일상 속 진정한 쉼의 의미를 깨닫고, 오감을 깨우는 순간을 경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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